12년의 보호받으며 마음껏 읽을 수 있었던 과거, 잃어버린 독서의 시간
제주 시골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푸른 바다와 오름을 누비는 자유로움으로 가득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을 제집 앞마당처럼 뛰어다니며 쌓은 친구들과의 추억은 지금도 제 삶의 든든한 에너지원입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한 가지 깊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로 공교육의 보호 아래 마음껏 읽을 수 있었던 그 소중한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난독증, 그때는 몰랐던 '내' 문제
학창 시절, 저는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난독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았고, 저 또한 그저 '내가 부족해서' 혹은 '글과 친하지 않아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과거나 현재나 저 역시 지금의 입시생 처럼 수많은 지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을 쏟았지만, 책을 읽고 상상하는 중요성은 저와 거리가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 결과, 가장 순수하고 보호받아야 했던 12년의 학창 시절을,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보냈습니다.
(지금은 그 시간이 무려 4세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뉴스에 12년이 아닌 그 너머의 시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성인이 되어 뒤늦게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과거를 되짚어보니 더욱 아쉬움이 큽니다. 이제야 깨달은 난독증의 흔적들, 그리고 그로 인해 잃어버린 소중한 시간들이 제 마음을 짓누릅니다.
거인들의 유년기: 책에서 시작된 꿈
최근 실리콘밸리 거장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어린 시절 읽었던 한 권의 책이 있었습니다.
- 피터 틸은 『반지의 제왕』을 통해 독점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 일론 머스크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보며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웠습니다.
- 워런 버핏은 19세에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을 읽고 투자 철학을 정립했으며,
- 제프 베이조스는 『스타트렉』을 통해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책 속의 상상력과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사람들입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이 다름을 이해합니다. 워런 버핏조차 자신의 성공에 "미국에서 태어난 운"이 일부 작용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 사례들은 책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넘어, 희망을 이야기하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교육열을 자랑하지만, 특정 지역에 몰린 교육 인프라와 지역 간의 격차는 여전히 큰 문제입니다. 제가 사는 제주는 젊은 층의 부재와 학교 폐교 위기까지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기술적, 사회적 격차 속에서도 희망을 봅니다. 바로 독서를 통해서 말입니다.
만약 학교 교육이 힘들고, 치열한 경쟁에 지쳤다면, 저는 이 지역의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분야의 책과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정형화된 교육에 갇히지 않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으며 사고력과 상상력이라는 자신만의 무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AI는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생산하고 분석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이 능력은 결국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문해력에서 시작됩니다.
제주 청년의 두서없는 조언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한 명의 사람이지만, 먼저 사회에 던져진 사람으로써, 오랜 아랫사람의 경험으로써, 경쟁사회 속에 버티고 있는 사람으로써, 운이 좋아 먼저 태어나 느낀 선배로써 이야기 해봅니다.
"학생이라는 보호 아래 있다면, 더더욱 맘껏 읽고, 마음껏 상상하세요. AI 시대에 진짜를 분별하고 나만의 꿈을 키우고 싶다면, '읽는 능력'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제주 바다와 오름이 저에게 준 자유와 추억처럼, 책이 우리 아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열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