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성향을 가진 사람은 꿈을 꿀 수 없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개인의 고민을 넘어, 끊임없이 '정상'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많은 현대인에게 던지는 묵직한 화두입니다. 특히, 겉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내면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한 **'조용한 ADHD'**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저는 제주라는 섬의 독특한 환경에서 자라며, 한국 사회 특유의 **'눈치 문화'**가 어떻게 한 아이의 내면을 억압하고 능동적인 삶의 의지를 꺾었는지 몸소 경험했습니다.
한국의 눈치 문화가 만든 억제력
학창 시절, 제 ADHD적 증상은 마치 들불처럼 타오르다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급격히 억제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저는 호기심에 이끌려 온갖 사고를 치고 다치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사회와 가정에서 쏟아지는 압박감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특히, 제가 자란 제주라는 섬의 폐쇄적인 유교 문화는 그 압박을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집안에서부터 학교, 심지어 길거리에서의 행동까지도 쉽게 부모님의 귀로 들어갔습니다. '누구네 집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제 행동거지에 끊임없는 제약을 가했고, 이는 곧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져 제 내면에 숨겨진 ADHD적 성향을 억눌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순종적이고 조용한 아이였지만, 속으로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욕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욕구는 눈치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되었습니다.
흔들리는 장래희망, 잃어버린 '원하는 것'에 대한 감각
이런 환경 속에서 어린 저는 과연 **'꿈'**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매년 작성하는 장래희망란은 늘 달랐고, 관심 분야도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조차 제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은 때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씀하셨지만, 정작 저는 '원한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조차 몰랐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게는 흔히 말하는 **사춘기**도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늘 한결같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오히려 이것이 변화 없이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사는 **'쳇바퀴에 갇힌 삶'**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산만하고 호기심 많던 아이가 자라면서 오히려 '하나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아이러니는 저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서른, 수동적 삶에 던지는 첫 질문
지금의 저는 **'능동적인 삶'이 아닌 '수동적인 삶'에 최적화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매일 12시간씩, 주 6~7일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손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제 생각은 이미 다른 세계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 생각조차 '이래도 되는가?'라는 눈치 속에서 다시 억제됩니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일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으며, 가정과 사회 속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눈치를 봅니다. 어쩌면 제 산만함은 사회 구성원의 역할로 분배되었고, 제 삶은 그만큼 단순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요? 서른이 넘은 지금, 저는 처음으로 제 삶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과거에는 질문 없이 하라는 대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사회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안전하지만 발전 없는, 타인의 의도에 의한 삶만을 살게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실패의 경험조차 없이, 그저 안전함만을 추구하는 삶은 과연 온전한 삶일까요?
꿈이라는 낭만적인 단어,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
'꿈'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저에게는 이상적이고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그 단어에 꽂혀 제 삶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 합니다. 단순하고 패턴화된 노동을 하는 손과 달리, **끊임없이 다른 세계를 꿈꾸는 산만한 뇌**는 제 안에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가 남아있음을 증명합니다.
지금껏 억눌려왔던 저의 ADHD적 성향은 사실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일 수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는 변화와 성장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눈치'라는 감옥에 갇혀 스스로를 억압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신의 삶에도 질문을 던져보세요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까? 안전하지만 반복되는 삶 속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억누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조용한 ADHD'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더욱 발견하기 어렵고, 그로 인한 고통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당신의 산만함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창조할 수 있는 당신만의 특별한 능력일 수 있습니다.
꿈은 하나의 고정된 목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수시로 바뀌는 관심사를 따라가는 그 과정 자체가 당신만의 독특한 꿈을 찾아가는 여정일 수 있습니다. 삶에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당신의 내면에 숨겨진 진짜 욕구와 마주할 때, 비로소 잃어버렸던 '꿈'이라는 감각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