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을 제치고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설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지구력**입니다. 먹잇감을 지칠 때까지 쫓아가는 끈기,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힘. 이처럼 뛰어난 집중력이 없었더라도, 오래도록 꾸준히 해내는 능력은 인류 생존의 핵심이었습니다.
20대 시절, 저는 심각한 집중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남들이 하루 만에 끝낼 일을 2~3일씩 붙잡고 있어야 했죠. 생산성은 바닥이었고, 뒤처진다는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저만의 전략을 세웠습니다. 바로 ‘오래하기’입니다. 잘하지 못해도, 뛰어나지 못해도, 그저 묵묵히 오래 하는 것. 그것이 저의 약점을 보완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두 가지 '지구력'으로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다
저는 두 가지 종류의 지구력을 길러야 했습니다.
1. 비능률형 일처리 체력: 어떻게든 해내고야 마는 집념
남들의 1의 노력으로 얻을 결과를 저는 3의 노력을 들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저는 자발적 야근과 이른 출근, 늦은 퇴근을 습관화했습니다. 잠을 줄이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주 6~7일 내내 일에만 몰두했죠.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는 남들과의 속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비능률형 일처리 체력’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비효율적인 노력은 어느 순간부터 집중력을 뛰어넘는 효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2. 심리적 체력: 무시와 멸시를 이겨내는 단단함
집중력이 부족하면 남들보다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는 습관으로 이어졌죠. 저는 그 눈치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며 사람들을 관찰했습니다. 직장에 오래 머물수록 동료들의 행동 패턴을 더 많이 볼 수 있었고, 그들이 언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사장님 아들 아니냐'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의 오랜 노력은 인정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상사들은 저의 약점을 이해하고, 제가 가진 강점을 활용해 원하는 결과값을 얻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너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꾸준히 하면 결국 해내는구나'라는 피드백과 함께요. 저는 그렇게 강제적으로 '일머리'를 터득하게 되었고, 이 경험은 사람들의 무시와 멸시를 이겨낼 수 있는 '심리적 체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나만의 '생존법'을 발견하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보낸 20대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간을 통해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바로 **인간은 훈련을 통해 몸에 배는 엄청난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처럼 '꾸준함'이라는 무기를 갈고 닦아 보세요. 저는 남들보다 조금 덜 먹고, 덜 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제 장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약점을 보완하며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만의 **'생존법'**을 찾았습니다.
성인 ADHD로 고생하고 있거나, 저처럼 집중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계신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약점은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의 강점을 찾으세요. 그리고 그 강점을 살려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내세요."
우리 민족은 오랜 역사를 통해 끈기와 지구력을 DNA에 새겨온 사람들입니다. 저는 우리가 그 힘을 발휘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결국 나만의 삶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해 보세요. 당신의 약점을 뛰어넘는 '지구력'을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의 다음 인생을 바꿀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