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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모두 넘기는-대선 끝 속, 정치무지랭이 청년의 반성적 공부, 이재명 정부 속의 한반도는 변할 수 있을까? -한반도는 지금 '신(新)삼국시대':영호남 대립과 캐스팅보트, 1000년 분열의 역사와 미래

by silvercrown10 2025. 6. 9.

 

 

 

 

 

우리 사회에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는 꺼려지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 외에, 동과 서를 가르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는 현실입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념과 당파적 색채, 그리고 선거 때마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역별 표심은 어쩌면 눈에 보이는 휴전선보다 더 깊고 진하게 우리 사회에 각인되어 온 수십 년 세월의 자국일지 모릅니다.

필자는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닌, 영남과 호남이라는 거대한 두 축이 대립하고 충청과 수도권이 그 향방을 결정짓는 '신(新)삼국시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 분열의 뿌리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1000년 갈등의 역사를 추적한 기록입니다.

1. 1000년 갈등의 시작, 역사 속 분열의 씨앗

과연 이 보이지 않는 선은 언제부터 그어지기 시작했을까요? 그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우리는 천 년도 더 전의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후삼국시대: '우리 지역'이라는 정체성의 탄생

신라 말, 중앙 정부의 힘이 약해지자 전국의 지방 호족(豪族)들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며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이는 곧 후삼국시대라는 분열의 서막이었고,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지역 기반 세력'이 정치의 핵심으로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 궁예는 옛 고구려 땅이었던 철원과 명주(강릉)를 중심으로 후고구려를 세우며 역사적 정통성을 내세웠습니다.
  • 견훤 역시 완산주(전주)를 기반으로 후백제를 건국하며 백제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이 시기는 단순히 영토가 나뉜 것을 넘어, 각 지역이 독자적인 정치 중심지로서의 정체성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 태조 왕건조차 이들의 잠재적 힘을 경계하며 다양한 견제책을 펼쳐야 할 정도였죠.

조선 붕당정치: 이념과 지역의 운명적 만남

시간이 흘러 조선시대, 16세기부터 본격화된 붕당(朋黨)정치는 처음에는 성리학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건전한 정책 논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황, 이이와 같은 대학자들의 학문적 차이가 자연스럽게 학파를 형성했고, 이들이 정계에 진출하며 붕당의 토대를 이루었죠.

하지만 이 학문적 결사체는 점차 '지역'이라는 강력한 변수와 결합하기 시작했습니다.

  • 영남 지역에서는 퇴계 이황의 학문이 깊게 뿌리내리며 훗날 남인(南人)의 주요 기반이 되었습니다.
  • 기호 지방(경기, 충청)에서는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의 학문이 발전하며 서인(西人)의 토대를 형성했습니다.

학문적 연고(學緣)가 지역적 연고(地緣)와 만나면서, 붕당 간의 대립은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선 치열한 권력 투쟁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특정 붕당이 실각하면 그 지역 전체가 정치적으로 배제되는 비극이 반복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조반정 이후 정계에서 밀려난 영남 남인 세력은 한때 대과 응시까지 금지당하며 100년 넘게 중앙 정계에서 소외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는 영남 지역에 깊은 정치적 소외감과 역사적 피해 의식을 남겼고, 남인의 또 다른 기반이었던 호남 지역 역시 함께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처럼 특정 지역 세력의 오랜 정치적 소외는 역사적 불공정함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형성했고, 이는 훗날 현대 정치에서 지역감정이 쉽게 발현되고 동원될 수 있는 역사적 토양이 되었습니다.

2. 현대판 삼국지, 선거로 드러난 동과 서

조선시대의 유산이 잠재적 배경이 되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첨예한 영호남 지역주의는 20세기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완성되었습니다.

지역주의, 어떻게 만들어졌나?

많은 연구는 1970년대 이전까지 영호남 간의 극심한 적대감은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항일 운동이 거셌던 호남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퍼뜨리며 차별 정책을 편 것이 지역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박정희 정권 시기에 노골적으로 정치에 이용되며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 경제 개발의 편중: 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 혜택이 영남 지역에 집중되면서 극심한 지역 불균형이 발생했고, 이는 호남 지역의 소외감을 증폭시켰습니다.
  • 1971년 대선: 영남 출신 박정희 후보와 호남 출신 김대중 후보의 치열한 대결은 지역감정을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 5.18 민주화운동: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과 신군부의 무력 진압은 호남 지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와 저항 의식을 남겼고, 이 지역을 민주주의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과의 정서적 거리감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현대의 지역주의는 역사적 배경 위에 근현대사의 정치적, 경제적 역학관계가 더해져 특정 세력에 의해 강화되고 때로는 조작된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신삼국시대'의 증거

이러한 지역주의 구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한국 선거 정치의 가장 견고한 특징으로 남아있습니다. 아래 데이터는 그 현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제19대 및 제20대 대통령 선거 주요 후보 지역별 득표율 (%)
지역 제19대 (2017)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제19대 (2017) - 홍준표 (자유한국당) 제20대 (2022)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2022) - 윤석열 (국민의힘)
광주/전라 59.9%~64.8% 1.6%~3.3% 82.8% 14.5%
대구/경북 21.7%~21.8% 45.4%~48.6% 27.2% 68.4%
부산/울산/경남 36.7%~38.7% 27.5%~37.2% 41.2% 53.4%
서울 42.3% 20.8% 44.9% 52.3%

출처: 제19대 대선 , 제20대 대선

이러한 선거 결과는 영남과 호남이라는 거대한 두 세력이 충돌하고, 충청권과 수도권이 그 향방을 결정짓는 현대판 '신(新)삼국시대'의 구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3. DMZ보다 깊은 골, '남남갈등'의 실체

지역주의와 맞물려 한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축은 바로 '남남갈등'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내부의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이념 대립을 의미하며, 특히 대북 정책, 국가 안보, 역사 해석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나타납니다.

이 갈등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 지역주의와 이념의 결합: 특정 지역이 특정 이념과 동일시되면서 갈등이 증폭됩니다.
  • 세대 갈등: 한국전쟁과 냉전을 경험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안보관 및 역사 인식 차이가 갈등의 한 축을 이룹니다.
  • 언론의 역할: 특정 이념 성향을 대변하는 언론 매체들이 선택적 정보 제공을 통해 분열을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 경제적 불평등: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자신의 불만을 특정 정치 집단의 탓으로 돌리게 만듭니다.

결국 이 '보이지 않는 분열선'은 지역, 이념, 세대, 계층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며,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4.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해외 사례로 본 통합의 교훈

이러한 내부 분열의 문제를 겪은 나라는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들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 독일: 마음속에 남은 장벽

1990년 통일 이후에도 독일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과 싸우고 있습니다. 동독과 서독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는 여전하며, 서로를 '오씨(Ossis, 게으른 동독인)', '베씨(Wessis, 거만한 서독인)'라 비하하는 심리적 분열도 깊습니다. 급격한 화폐 통합과 서독 중심의 민영화 정책이 동독 경제의 자생력을 파괴하고 많은 실업자를 낳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독일의 사례는 정치적 통일이 결코 끝이 아니며,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보여줍니다.

🇮🇹 이탈리아: 끝나지 않는 남북 격차

이탈리아는 산업화된 북부와 농업 중심의 낙후된 남부 간의 격차, 즉 '메조조르노 문제'로 오랜 기간 고통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남부개발기금' 등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그 이유는 정치 부패, 후견주의, 그리고 마피아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발전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교훈은 투명성과 강력한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베트남: 무력 통일의 깊은 상처

북베트남의 승리로 끝난 베트남 통일은 승자의 일방적인 강요로 이루어졌습니다. 수십만 명의 구 남베트남 관련자들이 '재교육 수용소'로 보내져 억압받았고, 경제 파탄은 결국 '보트피플'이라는 대규모 난민 비극을 낳았습니다. 베트남의 경험은 화해와 상호 존중 없는 통일이 얼마나 큰 인간적,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입니다.

5. 청년, '신(新)삼국시대'를 넘어 통합의 길을 묻다

이토록 첨예한 '신(新)삼국시대' 속에서, 오늘날 한국의 청년들은 어떤 현실에 처해 있으며, 어떤 길을 모색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 청년이 마주한 현실

한국 청년들은 지역주의와 이념 갈등이라는 역사적 유산과 함께, 치열한 입시 및 취업 경쟁, '수저계급론'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현대적 압력에 이중으로 짓눌려 있습니다. 특히 비수도권 청년들은 제한된 기회와 문화적 고립감 속에서 지역 불균형 문제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청년의 새로운 움직임

하지만 청년들은 절망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분열을 넘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세종시의 청년 단체 '아키오스코프'는 지역의 잊혀진 근대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디지털로 기록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 충남 서천군의 '청년 유랑단'은 사라져가는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공연으로 만들며 농촌 공동체 회복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이 외에도 세대 갈등을 넘어 소통하려는 프로젝트들이나, 환경, 불평등과 같은 공동의 사회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풀뿌리 운동들이 전통적인 분열 구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연대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과거의 분열보다 공유된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우리 사회의 낡은 갈등 구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통합의 미래를 위한 제언

진정한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며, 청년들의 이러한 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 교육: 지역적 기여와 고충을 함께 배우는 균형 잡힌 역사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 지역 균형 발전: 청년들이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이 필요합니다.
  • 정치 문화 개선: 대화와 타협,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치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개혁도 고려해야 합니다.
  • 청년 활동 지원: 사회 통합을 목표로 하는 청년 주도 프로젝트에 대한 실질적인 자원과 플랫폼을 제공해야 합니다.

결론: '신(新)삼국시대'를 넘어, 통합된 한국의 미래를 향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후삼국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 붕당정치를 거쳐, 오늘날의 '신(新)삼국시대'라 불릴 만한 정치 지형으로 이어진 분열의 역사를 추적했습니다. 이 뿌리 깊은 분열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고 국가 발전에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분석은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분열의 역사를 넘어설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역이나 이념이 개인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삼국시대를 살아갈 청년 세대가 그 변화의 중심에 설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통합된 한국, 나아가 통일 한반도로 가는 길은 바로 우리 내부의 깊은 균열을 치유하는 데서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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