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내 삶은 바뀌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서
“대통령이 누가 되든, 어느 정당이 여당이 되든, 왜 내 삶은 나아지는 것 없이 그대로일까?”
이 질문은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한 번쯤 품어봤을 근본적인 의문일 것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세상이 뒤바뀔 것처럼 수많은 공약과 비전이 쏟아지지만, 정작 나의 일상, 나의 월급, 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습니다. 정치와 나의 삶 사이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거에는 저 역시 이런 괴리감과 정치적 무관심 속에 살았습니다. 언론은 연일 후보자들의 말실수나 스캔들, 혹은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대한 ‘경마식 보도’에만 열을 올렸고, 정작 그들의 정책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꾸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저 또한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 따위는 궁금해하지 않는” 무심한 유권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세상의 변화를 남의 일처럼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그 흐름에 휩쓸려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내 삶의 주체로서, 거대한 정치적 담론과 정책의 흐름이 어떻게 내 일상과 연결되는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읽는 힘’, 즉 ‘정책 리터러시(Policy Literacy)’를 길러야 할 때입니다.
이 글은 그 첫걸음입니다. 가상의 ‘이재명 정부’ 출범을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로 삼아, 그의 철학과 공약이라는 ‘역사’를 면밀히 분석하고 앞으로 펼쳐질 대한민국의 방향성을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이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복잡한 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정치적 결정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지적 여정의 서막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경제, 사회, 외교 등 각 분야의 정책들을 하나씩 해부해 나갈 것입니다. 그 길고 깊은 탐구를 위한 첫 번째 안내서가 바로 이 글입니다.
1. 한 사람의 철학이 국가의 미래가 될 때: 대통령을 읽는다는 것
한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최고 지도자의 ‘정치 철학’입니다. 그것은 모든 정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가치이자, 국정 운영의 나침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상 이재명 정부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저서와 과거 발언들 속에 담긴 핵심 원리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 첫째, 국민 중심 통치 (People-Centric Governance):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구호는 그의 정치 철학의 제1원칙입니다. 이는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기득권이나 소수의 이익이 아닌, 평범한 시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선언입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국민 정책 참여 확대’ 같은 제안들은 이러한 철학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 둘째, 실용주의 (Pragmatism):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면 쓰겠다”는 발언은 그의 실용주의적 면모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념의 잣대로 정책을 재단하기보다,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가(‘쥐를 잘 잡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경직된 이념 대립을 넘어선 유연한 정책 운영을 예고합니다.
- 셋째, 억강부약 (抑强扶弱) 정신: 그의 실용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바로 ‘억강부약’ 정신입니다. “정치의 역할은 소수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를 도와 함께 살게 하는 것”이라는 믿음은 그의 정치 철학의 근간을 이룹니다. 이는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면서도,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 노동자, 소비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공정성의 원칙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 넷째, 통합과 분열 극복: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며 국민 통합을 국정의 중요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습니다. 이는 정치적 반대 세력과의 대결보다는 사회적 대타협과 합의를 통해 개혁을 추진하려 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 네 가지 철학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현될 것입니다. 그의 정책을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이 철학적 뿌리가 어떻게 현실의 가지와 잎으로 뻗어 나가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입니다.
2. 대한민국 대전환 프로젝트, ‘이재노믹스’ 해부하기
이재명 정부의 경제 비전, 이른바 ‘이재노믹스’는 대한민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목표로 하는 야심 찬 계획입니다. 핵심은 국가가 직접 나서 미래 먹거리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적 투자 국가’ 모델과, 그 성장의 과실을 모든 국민이 누리는 포용적 복지 시스템 ‘기본사회’를 결합하는 것입니다. 양적 성장을 넘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질적 성장’, 즉 ‘잘사니즘’을 추구하며 ‘잠재성장률 3%, 세계 수출 4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라는 ‘3·4·5 전략’을 종합 목표로 제시합니다.
1) 미래를 향한 국가 주도 투자: 성장 엔진의 설계도
- AI 선도국가 도약: ‘AI 3강’ 달성을 목표로, 민간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센터를 잇는 ‘AI 고속도로’ 구축, ‘K-엔비디아 육성’ 등 파격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 K-이니셔티브 (문화, 방산): ‘글로벌 빅5 문화강국’과 ‘방위산업 4대 강국’ 달성을 목표로 K-콘텐츠와 K-방산을 국가대표 산업으로 육성합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성장을 넘어,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소프트파워 전략이기도 합니다.
- 국민펀드와 R&D 확대: ‘국민펀드’를 조성하여 국민이 국가 전략 산업에 투자하고 세제 혜택을 받게 하며, 안정적인 R&D 예산 확대를 통해 기술 혁신 생태계를 구축합니다.
2) 모두의 삶을 보장하는 안전망: ‘기본사회’의 구축
- 기본금융 & 기본주택: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기본대출’을 도입하고, 공공 주도로 대규모 ‘기본주택’을 공급하여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입니다.
- 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 ‘돌봄 국가 책임제’를 도입하고, 병원이 아닌 일상 공간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통합돌봄’ 개념을 통해 생애 주기 전체에 걸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합니다.
3) 기회와 결과가 공정한 시스템: ‘공정 경제’ 생태계
- 기술탈취 근절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고, 일반 주주의 권익을 위해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상법에 명시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책들이 포함됩니다.
이 거대한 계획들의 재원은 ‘정부 재정 지출구조 조정’과 ‘향후 예상되는 총수입 증가분’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재노믹스’는 과거의 발전 국가 모델처럼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지만, 그 목표가 단순 수출 증대가 아닌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 복잡하고 방대한 계획을 국가가 얼마나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3. 사회 구조 재편: 노동, 복지, 그리고 삶의 질의 대변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구상에서 사회 정책은 경제 정책과 함께 국가 운영의 핵심 축을 이룹니다. ‘사람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목표로, 노동 시장과 복지 시스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정책들이 제시되었습니다.
- 노동권의 획기적 강화: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과 ‘포괄임금제 금지 법제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준 마련,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 추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과 생산성 모델 변화 등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한 면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됩니다.
- 의료 공공성 강화: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등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보편적 의료 보장을 강화하려 합니다.
- 저출생 및 사회적 약자 지원: ‘출생기본소득’과 같은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과 함께,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 확대’, ‘한부모가족 지원 강화’ 등 취약 계층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성을 뚜렷이 하고 있습니다.
결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의 관점’을 세우는 법
지금까지 우리는 가상의 이재명 정부가 펼쳐나갈 정책들의 거대한 밑그림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AI 100조 원 투자, 기본소득, 주 4.5일제, 공공의대 설립 등,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닌 주제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정보들을 단순히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헤드라인 너머를 보고, 정부의 공식 발표 자료와 다양한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교차 확인하며, “이 정책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까?”, “이 막대한 재원은 과연 지속 가능할까?”와 같은 비판적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글은 그 질문을 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도’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에서는 오늘 다룬 ‘이재노믹스’, ‘사회 구조 재편’, ‘외교 안보’와 ‘국가 운영 시스템 개혁’ 등의 주제들을 훨씬 더 깊이 있게 파고들 것입니다.
정치와 정책에 대한 이해는 단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꾸준한 관심과 학습, 그리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길러지는 ‘근육’과 같습니다. 이 기나긴 지적 여정에 동참하시어,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힘’을 함께 길러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삶을 바꾸는 것은 결국, 세상을 읽어내는 여러분 자신의 힘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