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페이지 모두 넘기는- 쓸모의 시대: 기계의 효율성에서 인간의 효용으로, 나는 어떤 판단을 받을 것인가?

by silvercrown10 2025. 5. 18.

 

 

차가운 푸른 빛이 감도는 하얀 방 안에서, 픽셀화된 조각들이 떨어져 나와 주변에 이진 코드의 구름을 형성하며 디지털 변환을 보여줍니다.-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차가운 푸른 빛이 감도는 하얀 방 안에서, 픽셀화된 조각들이 떨어져 나와 주변에 이진 코드의 구름을 형성하며 디지털 변환을 보여줍니다.-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기술 발전의 속도가 눈부시게 가속화되면서, 우리는 이제 기계의 압도적인 효율성과 성능에 경탄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쓸모'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시대가 물리적인 힘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인간 노동의 가치를 평가했다면, 정보화와 인공지능 시대는 데이터, 연결성, 그리고 알고리즘이 정의하는 새로운 '효용'의 척도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이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우리 각자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쓸모의 기준이 기계에서 인간으로 넘어온다면, 나는 이 새로운 시대에 어떤 판단을 받을 것인가?"

1. 기계 효율성 시대의 종언과 '인간 쓸모'의 부상

오랫동안 인류는 기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증기기관부터 시작해 컨베이어 벨트,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물리적 노동이나 단순 반복 작업을 기계에 위임하며 생산성을 혁신했습니다. 이 시대에 인간의 쓸모는 종종 기계 시스템 안에서의 기능적 역할, 즉 기계를 조작하거나 유지보수하는 능력, 또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예외적인 문제 해결 능력에 맞춰졌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계는 단순 반복을 넘어, 학습하고, 예측하며, 복잡한 의사결정까지 수행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패턴을 발견하고, 개인의 선호를 파악하며, 심지어 창의적인 작업의 일부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계가 효율성의 '표준'을 넘어, 인간의 전통적인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합니다.

이 지점에서 '인간의 쓸모'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집니다. 더 이상 기계보다 빠르거나 정확한 물리적/반복적 작업 능력으로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인간 고유의 역량, 즉 비판적 사고,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 공감, 창의성, 윤리적 판단, 그리고 비정형적인 관계 구축 능력 등이 새로운 '쓸모'의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간적' 쓸모마저 데이터화되고 측정 가능한 형태로 전환되면서, 알고리즘의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래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Homo Deus)』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인간의 의사결정권을 대체하고, 인간이 알고리즘의 판단에 따라 관리되는 시대를 경고합니다. 그의 관점에서, 데이터 처리 능력과 '유용성'이 새로운 계층을 형성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한 이들은 '쓸모없는 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기계적 효율성 시대의 종언이 단순히 기술적 변화를 넘어, 인간 존재 가치와 사회 구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 암묵적인 신계급사회의 출현과 민주주의의 시험대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의 가치를 외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법 앞의 평등, 기회의 균등은 근대 시민 사회가 지향해 온 이상입니다. 하지만 과연 경제적 계급과 권력의 계급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요? 오히려 정보 기술과 자본의 결합은 국가 중앙 집권적인 권력 형태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지배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권력은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이나 플랫폼, 그리고 이들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 통제력에서 나옵니다. 경제력은 단순히 자본의 양을 넘어, 데이터 생산 및 활용 능력, 플랫폼 생태계 장악력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정 권력 집중 구조는 새로운 피라미드의 끝을 형성하며, 이들이 짜놓은 '판' 위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형국입니다.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개념을 제시한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 하버드 교수는 그의 저서 『감시 자본주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에서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과 감정까지 데이터화되어 이윤 추구의 재료로 활용되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우리의 디지털 발자국은 끊임없이 수집, 분석되어 우리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이는 우리가 자유로운 개인이기보다는, 알고리즘의 예측에 따라 움직이는 '데이터 주체(Data Subject)'로 취급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권력 집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심화되고, 알고리즘은 특정 정보만을 노출시키거나 걸러내며 여론을 조작할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개개인의 데이터는 동의 없이 수집 및 활용되어 프라이버시가 침해받고, 이는 자유로운 자기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 접근성 및 활용 능력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불평등'은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새로운 사회 계층 이동의 장벽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정 알고리즘에 의해 '쓸모없다'고 분류된 개인이나 집단은 금융, 고용, 교육 등 다양한 기회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이는 민주주의가 약속하는 평등과 기회균등이라는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실입니다.

3. 정보의 홍수 속에서 '데이터 취급' 또는 '쓸모의 기준'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시대입니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 각종 플랫폼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는 우리의 인지 능력을 압도합니다. 문제는 이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의도적으로 조작된 '가짜 뉴스'나 편향된 내용이 범람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출처 불명의 각종 글과 이미지, 동영상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 환경은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더욱 복잡해집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인간이 생성한 것과 구별하기 어려운 텍스트, 이미지, 음성, 심지어 영상까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챗봇과의 대화, AI 추천 알고리즘, 개인 맞춤형 광고 등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와 우리의 반응이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스템 운영자나 알고리즘의 '데이터'로 취급됩니다. 우리의 클릭 하나, 페이지 머무는 시간, 검색 기록, 구매 내역, 심지어 얼굴 표정이나 감정 상태까지 데이터로 수집됩니다. 이 데이터는 우리의 '쓸모'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광고주에게 가치 있는 소비자인가? 플랫폼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다른 사용자를 유인하는가? 특정 정치적 목적에 동원될 가능성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알고리즘의 '긍정적인' 답변만이 우리의 온라인 상의 '쓸모'를 증명하는 셈이 됩니다.

AI와 플랫폼은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를 특정 그룹으로 분류하고, 그 그룹에 맞는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는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기회를 제한하고, 특정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알고리즘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쓸모없다'거나 '가치가 낮다'고 판단한다면, 이들은 정보 접근에서 소외되거나, 알고리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심지어 사회경제적 기회로부터 배제될 수 있습니다. 마치 기계 부품처럼, 시스템에 필요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면 '아웃소싱'되거나 폐기될 위협에 놓이는 것입니다.

4. '아웃소싱 그룹'이 되어 기계화될 것인가? 현실에 대한 우려

결국 이 시대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우리 자신이 이러한 '쓸모의 기준'에 따라 평가받고 분류되어, 특정 시스템이나 알고리즘에 의해 '아웃소싱되는 그룹'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스스로가 기계 부품처럼 기능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입니다.

여기서 '아웃소싱'은 전통적인 의미의 업무 위탁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우리의 노동력이 자동화에 의해 대체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사고, 감정, 행동 양식까지 데이터로 분석되어 예측 및 통제의 대상이 되고, 시스템에 '필요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시스템 바깥으로 밀려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마치 우리의 존재 자체가 알고리즘의 효율성 최적화를 위한 입력값이나 출력값으로 전락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옥스포드 대학교의 마이클 오스본(Michael Osborne)과 칼 베네딕트 프레이(Carl Benedikt Frey)는 2013년 논문에서 미국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될 위험이 높다고 분석하며 미래의 고용 불안정성을 경고했습니다. 물론 이들의 분석은 이후 많은 논의를 거치며 보완되고 있지만, 자동화와 AI가 인간 노동의 성격과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철학자 비크철 한(Byung-Chul Han)은 그의 저서 『피로사회』 등에서 현대 사회가 성과주의와 투명성을 강요하며 개인을 끊임없이 자기 착취하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경향을 강화하며, 개인의 모든 활동이 측정되고 평가되어 '쓸모'있는 존재임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감을 가중시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시스템이 요구하는 효율적인 '데이터 생산자' 또는 '알고리즘의 소비자'로서 자신을 최적화하려 들고, 이 과정에서 인간 고유의 비정형성, 불확실성, 그리고 비생산적인 사유의 영역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합니다. 이는 곧 스스로를 기계화하는 과정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숙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재편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검색 엔진, 소셜 미디어 피드, 온라인 쇼핑몰의 추천 목록은 단순히 편리한 도구를 넘어, 우리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우리의 '쓸모'를 특정 기준으로 평가하며, 그에 따라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의 모습을 조형합니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가 단순히 '데이터의 집합'으로 취급되고, 시스템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순간 '쓸모없음'으로 분류되어 아웃소싱되거나, 스스로가 시스템의 부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미래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5. 쓸모의 시대, 나는 어떻게 항해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 '쓸모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항해해야 할까요? 시스템의 '아웃소싱 그룹'이 되거나 스스로를 기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석학들과 전문가들의 논의 속에서 몇 가지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디지털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능력 함양은 필수적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출처를 분별하고,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정보의 편향성을 인지하며,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활용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둘째, 인간 고유의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성, 공감 능력,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 윤리적 판단력은 미래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가질 것입니다. 교육 시스템은 단순 지식 암기를 넘어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개인 역시 평생 학습을 통해 이러한 '인간적 쓸모'를 갈고 닦아야 합니다.

셋째, 데이터 주권 및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나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인지하고, 동의하지 않는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대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야 합니다. 이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 데이터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강화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유럽의 GDPR과 같은 데이터 규제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넷째, 기술 발전에 대한 윤리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AI와 자동화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거치고, 기술이 소수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시키는 도구가 아닌,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등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다섯째, 새로운 사회경제적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자동화로 인해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기본 소득(Universal Basic Income)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 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인간의 노동 가치를 단순히 경제적 효용으로만 측정하는 것이 아닌, 사회 기여, 돌봄, 예술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결론: 나의 쓸모는 누가 정의할 것인가?

'쓸모의 시대'는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계의 효율성이 아닌 인간의 효용이 새로운 가치 척도가 될 때, 그리고 그 효용마저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눈으로 측정될 때,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으로 증명될 것인가? 나는 시스템이 요구하는 '쓸모'에 맞춰 스스로를 재단하고 '아웃소싱 그룹'의 일원이 되어 기계화될 것인가, 아니면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키며 나만의 '쓸모'를 정의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것인가?

정보의 홍수와 기술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수동적인 대상이 아닌, 능동적인 주체로서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 기술이 어떤 사회를 만들고 인간을 어떻게 대우할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쓸모'를 기계나 알고리즘에 의해 재단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암묵적인 신계급사회의 도래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평등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우며 연대해야 합니다. 나는 이 시대에 어떤 판단을 받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우리 각자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미래에 달려있습니다. 우리의 쓸모는 기계가 아닌, 인간 스스로가 정의해야 할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