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내 삶과 동떨어진 세상 이야기였다. 30년 넘게 '내 코가 석 자'라는 생각으로 바쁘게 살아왔고, 뉴스는 그저 가십거리나 연예인 소식 정도만 훑어보는 게 전부였다. "정치, 그거까지 알아야 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투표뿐인데 뭐..."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정치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랬던 내가 최근 들어 부쩍 정치 뉴스에 눈길이 가는 걸 보니,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하긴 변했나 보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한미정상회담 영상은 내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국제 정상들의 만남은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치열한 외교적 격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들의 표정, 농담 한마디, 주고받는 대화 속에 담긴 미묘한 의미를 파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이 복잡한 대화 속에서 두 정상은 오직 자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말과 행동을 계산하고 있을 터다. 뱉는 말 한마디, 제스처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시뮬레이션과 전략이 숨어 있을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할까? 그런 궁금증을 품고 영상을 반복해서 보았다.
솔직히 말해, 거창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본 것은 아니다. 그저 나만의 흥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영상을 훑어보던 중,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하나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 방명록에 서명할 때, 그가 든 '펜'에 관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이 펜으로 방명록을 작성하자 "도로 가져가실 것이냐"라고 물으며 "난 그 펜이 좋다(I like it)"고 관심을 표했다. 나는 이 단순한 대화에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느꼈다. ADHD 성향 탓인지,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에 꽂히면 파고드는 습성이 발동했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저 글씨를 쓰는 도구일 뿐인 펜이, 왜 한 국가의 정상에게는 그토록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까?
TMI 1) - 이재명 대통령의 펜
한국 대통령실은 이 펜이 "이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서 서명용으로 사용하려 제작한 것"이라며 "두 달간 수공으로 만든 펜 케이스에는 태극 문양과 봉황이 새겨져 있고, 서명에 적합한 심이 삽입됐다"고 설명했다.-BBC 뉴스 코리아
TMI 2)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만년필 선물, 단순히 만년필 애호가? 이재명대통령과 정부에서 역시 예상된 시나리오였나?
단순한 '펜' 그 이상의 의미: 한글과 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집중하며 나름의 상상을 펼쳤다. 그가 언급한 펜은 단순히 잉크가 나오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을, 그리고 한국의 문화적 상징인 한글을 담고 있는 물건이었다. 펜은 대통령이 외교적 결정을 내리고 서명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다.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는 상징물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손에 들린 펜은 한글로 쓰인 이름 석 자를 완성하는 도구였고, 이는 곧 한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행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글에 대해 "배우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한글과 영어 중 어느 것이 더 표현하기 어렵냐"고 질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느껴졌다. 그는 단순히 언어 학습의 난이도를 묻는 것이 아니라, 한글이라는 고유한 문화적 상징과 그 속에 담긴 힘을 가늠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어는 한 나라의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펜에 대한 관심을 표하며 "가져가도 되느냐"고 묻는 순간, 나는 무언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펜'을 선물로 받아가는 돌발행동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순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 행동은 펜이라는 물질적 대상 그 이상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나는 당신의 가장 중요한 도구를 가져갈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미국에 두고 갈 것인가?"라고 묻는 듯한 무언의 압박처럼 다가왔다. 최근 몇 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를 보면, 그는 기존의 정치 분석가들이 예측했던 범위를 벗어나는 돌발적인 행동으로 판을 흔들어왔다.
이러한 직관적인 서늘함은 회담 후반부에 나온 '국방'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나를 덮쳤다. 나는 정치 분석가도, 외교 전문가도 아니기에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순수하게 한 시민의 입장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고 간 미묘한 긴장감과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행동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트럼프의 '펜'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 첫째, 펜은 '힘'을 상징한다. 국제 관계에서 '힘'은 단순한 군사력을 넘어선다. 경제력, 문화적 영향력, 외교적 주도권 등 다양한 형태의 힘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손에 들린 펜을 주목하고 갖고 싶어 했던 것은, 단순히 물건에 대한 탐욕이 아니라 한국의 힘을 상징하는 그 무언가를 손에 넣고자 하는 심리로 해석될 수 있다. 펜은 종이에 쓰이는 도구이지만, 그 펜으로 쓰이는 글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서명이 된다. 즉, 펜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국가의 힘과 주권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 둘째, 펜은 '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외교적 맥락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은 종종 상대방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을 요구함으로써 이재명 대통령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통해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펜을 선물로 건네는 것은 단순한 친교 행위가 아니라, 서로의 의도를 읽고 힘의 균형을 가늠하는 복잡한 외교 게임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 셋째, 펜은 '개인적 친분'을 가장한 정치적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에 대한 언급을 통해 개인적인 친분과 호감을 내비쳤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숨어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자신의 지지층에게 "나는 한국의 중요한 물건까지도 자유롭게 가져올 수 있을 만큼 강한 협상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했을 수도 있다. 혹은 한국 측에 "나는 사소한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을 수도 있다.
다가올 미래, 한국에 미칠 영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겉으로 드러난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면에 숨겨진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목했던 '펜' 하나에서 시작된 나의 망상은, 결국 한미 관계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과연 이번 회담은 앞으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 한미 관계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기조가 다시 현실화된다면, 한국은 국방비를 증액하거나 다른 분야에서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통상 압력을 강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둘째, 외교적 측면에서 한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외교 관계보다는 개인적인 관계와 거래에 기반한 외교를 선호한다. 이는 예측 불가능성을 높여 한국의 외교적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나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맞춰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여전히 정치적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펜' 하나에서 시작된 나의 호기심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은 호기심이 대한민국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한미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의 깊게 지켜보려 한다.
끝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과거의 트럼프 회담까지도 조사하며 다시 생각하다보니 이 모든 행위가 우리나라에서도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였을까? 과연 어느 나라의 빅픽쳐가 각 국에 이익을 가져올까? 펜이 가져온 상상이 오늘 하루에 꽤나 중요한 생각이 되었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주의력 사냥꾼에게 내 생각의 일부를 사냥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