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맞은 집중력, 그리고 새로운 직장인들의 탄생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가져온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마치 뇌를 해킹당한 듯, 우리의 주의력과 집중력은 산산조각 났죠. 요한 하리 작가의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지적했듯, 우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놓은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위치에 놓였습니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함께 자란 Z, 알파 세대가 곧 사회인이 될 시점에는, 현재 우리가 'ADHD적'이라고 부르는 성향을 가진 직장인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포진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각종 프로그램과 AI를 능숙하게 다루며 뛰어난 업무 효율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효율이 과연 인간의 능력 향상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의 진화가 아닌, 기술의 진화를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AI가 더 똑똑해지고, 프로그램이 더 효율적이 될수록, 우리는 그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데만 익숙해질 뿐, 우리 고유의 지능과 집중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공감 능력이나 공동체적 협업 능력 등이 감소하고, 극단적인 개인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보며 '인간성의 퇴보'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MZ오피스 그 너머, 'ADHD 오피스'의 탄생
과거 SNL 코너 'MZ오피스'가 세대 간 차이를 희화화했다면, 저는 그 현상이 단순히 세대 갈등을 넘어 '새로운 직장인들의 탄생'을 보여주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하다 보면 저절로 딴생각에 잠기게 되는데, 이런 생각의 끝에 다다른 것이 바로 이 'ADHD 오피스'에 대한 몽상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진짜 문제는 바로 이런 유형의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날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모두가 '일을 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각자 주의가 분산되어 있어 정작 중요한 성과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 ADHD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인 주의력 분산이 만연해지면, 직장 내 소통 부재와 비효율은 극에 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조금 늦을 수도 있지", "집중해서 해봅시다"라고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은 각종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과잉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SNS나 언어를 통한 언어 폭력, 정서적 학대 등으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습니다. 흔히 '히스테리'라고 불리는 짜증스러운 행동과 말투가 직장 생활의 기본값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기업은 효율과 결과를 중시해야 하지만,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분산되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방해하는 심각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몽상가로서의 제안: ADHD 성향,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저는 하루에도 몇 시간씩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합니다.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딴생각을 하거나 몽상에 잠기곤 합니다. 누군가는 이를 '집중력 부족'이라거나 '게으름'이라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이 몽상의 시간이 지루한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ADHD의 성향 중 하나로 여겨지는 '몽상, 딴생각, 쓸데없는 생각'은 이미 제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만약 이런 생각마저 하지 못한다면 저는 아마 일의 지겨움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 일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오면 만성 피로에 시달리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생각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는 저를 보고 "어쩜 그렇게 부지런하냐"고 하지만, 사실은 그저 생각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뿐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ADHD적 성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이, 미래의 'ADHD 오피스'에서 가장 필요한 인재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연결하고, 겉으로는 산만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힘. 이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집중력'과는 다른 종류의 창의력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성향을 단순히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ADHD 성향이 가진 잠재력을 이해하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도둑맞은 집중력'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은 또 어떤 몽상을 하게 될지 기대하며, 이만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