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을 추동하고 있으나, 동시에 기존의 법적·윤리적 책임 패러다임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AI 시스템의 자율성과 불투명성은 AI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 귀속 문제를 야기하며, 이는 인간과 AI의 근본적 차이가 '책임 부담 능력'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고도로 발전된 AI가 통제 불능의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는 AI의 성장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규제의 방향성에 더욱 깊은 고민을 안겨줍니다.
인간과 인공지능: 책임 능력의 근본적 차이
현재 대부분의 법체계는 AI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AI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은 AI를 개발, 배포 또는 사용한 인간 행위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AI가 정교한 도구일 뿐, 법적인 의미에서의 인격체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AI는 인간과 같은 '의도(mens rea)'를 가지지 않으므로, 의도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많은 법 영역에서 AI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결국 AI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없다면, 그 책임은 AI를 통제하는 인간과 기업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통제 불능 AI의 망령: 새로운 차원의 위험
고도로 발전된 AI가 소수의 거대 기업에 의해 폐쇄적으로, 이윤 추구를 우선하며 개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통제 불능의 위험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첨단 AI의 위험성은 핵무기와 비견되기도 하며, 전략적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AI 군비 경쟁이 초지능의 위험을 증폭시키고, 안전과 윤리에 대한 논의를 뒷전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경고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AI를 핵 지휘통제통신(NC3) 시스템 등에 통합하는 것은 통제 불능의 급격한 확전 위험과 인간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AI는 통제와 검증이 핵무기보다 더 어렵고, 개발이 분산되어 있으며 민간 부문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 통제 딜레마는 더욱 심화됩니다.
소수의 지배적인 기업이 핵심 기술, 데이터, 인프라를 통제하는 AI 독점화는 혁신을 저해하고 윤리적,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독점 기업은 안전이나 공정성보다 이익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으며, 폐쇄형 모델은 소스 코드와 학습 데이터를 기밀로 유지하여 의사결정 방식 검증을 어렵게 만들어 외부 감독과 통제를 극도로 어렵게 만듭니다. 오픈AI나 앤스로픽과 같이 안전을 우선하려는 기업조차도 강력한 이윤 동기 앞에서 '비도덕적 표류'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AI가 전력망, 데이터센터 등 국가 핵심 인프라에 통합될 경우, AI를 이용한 공격, AI 시스템 대상 공격, AI 설계 및 구현 실패 등의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RAND 연구소의 시뮬레이션에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AI 운영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력망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은 AI가 핵심 인프라에서 어떻게 실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의 책임은 AI 개발자, 인프라 운영자 등 다수에게 복잡하게 얽히게 됩니다.
AI 성장에 따르는 규제의 당위성과 방향성: 통제 가능성 확보를 중심으로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규제를 앞지르는 상황에서, 미래의 위험, 특히 통제 불능의 위험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능동적이고 적응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이 시급합니다.
1. AI 특화 책임 법제 마련 및 위험 기반 접근
- 근거: 전통적인 책임 법리는 AI의 '블랙박스' 특성과 다수 행위자의 개입으로 인해 AI 관련 분쟁 해결에 한계를 보입니다. 통제 불능 AI의 잠재적 위험은 더욱 강력한 책임 규명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 방향: AI의 특수성을 고려한 명확한 책임 규정을 마련하고, 특히 고위험 및 첨단 AI 시스템에 대해서는 개발 단계부터 엄격한 안전 요건, 투명성 의무, 인간 감독 요건을 부과해야 합니다.
2. 기업의 책임 강화 및 AI 거버넌스 의무화
- 근거: AI 실패로 인한 비용과 위험이 사회 전체에 전가될 수 있으며, 특히 폐쇄적 이윤 추구형 개발은 통제 불능의 위험을 키웁니다.
- 방향: 기업이 AI 개발 및 운영에 대한 명확한 내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특히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외부적 검증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설계 단계부터의 책임" 원칙을 확립하고, 첨단 AI 개발의 투명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3. 투명성 확보 및 인간 중심의 감독 강화
- 근거: AI의 "블랙박스" 특성과 폐쇄적 개발 모델은 외부 감독을 어렵게 하여 통제 불능의 위험을 높입니다.
- 방향: AI의 결정 과정 및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특히 핵심 인프라 및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서는 인간의 최종 결정권 및 개입 가능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인간 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4. 국제적 협력을 통한 공통 기준 및 통제 체계 마련
- 근거: 첨단 AI 및 그 잠재적 통제 불능 위험은 단일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 방향: AI 안전, 윤리, 책임, 특히 고위험 AI 모델의 통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와 공동 기준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핵무기 통제 논의와 같이, 잠재적 파급력이 큰 첨단 AI 모델에 대해서는 개발 단계부터 국제적인 논의와 협력을 통해 안전 기준 및 확산 방지, 검증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AI 책임 문제는 단순히 법률이나 기술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AI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 판단과 사회적 합의를 요구합니다. 특히 통제 불능 AI의 출현 가능성은 이러한 논의에 더욱 무게를 더하며, 인류의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강력하고 선제적인 대응 체계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합니다.